김영수(12회)동문, 문화일보 인터뷰 기사


김영수(12회)동문,  문화일보 인터뷰 기사  

“취임하자마자 6개 스폰서 계약… ‘당구 팀리그’ 큰그림 그렸죠”

▲  김영수 프로당구협회(PBA) 총재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PBA스퀘어에서 인터뷰 도중 잠시 짬을 내 당구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영수(78) 프로당구협회(PBA) 총재는 ‘백전노장’에 비유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풍부한 경륜을 쌓았다. 김 총재는 제5회 사법시험(1965년)에 합격한 이후 서울지검 공안부장(1987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차장(1990년), 국회의원(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 민정수석 비서관(1993년), 문화체육부 장관(1995년) 등 사법과 입법, 행정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문체부 장관으로 체육계와 인연을 맺은 김 총재는 2004년부터는 한국농구연맹(KBL) 총재를 지냈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위원장(2011년)을 역임했다. 그리고 한국체육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았다. 청룡장은 체육훈장 중 최고 권위의 상이다. 김 총재는 1992년 한국청소년문화연구소를 개소, 지금까지 이사장직을 맡아 세계화에 부합하는 청소년 인재 양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 총재는 지난해 5월 출범한 PBA의 초대 수장으로 ‘영입’됐다. 고희(古稀)를 훌쩍 넘어 당구에 애정을 쏟고 있다. 김 총재는 활동비만 받을 뿐 무보수로 일한다. PBA투어는 출범 이후 빠르게 안착했고 시즌을 깔끔하게 소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6일까지 예정됐던 신한금융투자 PBA 파이널이 무기한 연기됐지만 2019∼2020시즌 8개 대회 중 7개를 안정적으로 치렀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PBA스퀘어에서 만난 김 총재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뤄낸 것도 많은 1년이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PBA 파이널을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시즌 개막 전 약속했던 7차례 정규투어와 8차례 2부투어를 모두 성공적으로 마쳤다. 가장 큰 보람은 당구에 대한 인식 개선이다. 당구가 하나의 콘텐츠로서 그 가치와 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프로스포츠로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PBA는 이번 시즌 신한금융투자, SK렌터카, 메디힐, TS샴푸, 웰컴저축은행, 파나소닉 등 6개 기업과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지명도 높은 김 총재가 팔을 걷어붙여 든든한 후원 업체를 동반자로 삼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윈윈’이다. PBA에 따르면 PBA투어를 통한 6개 후원 기업의 미디어 노출 효과는 150억∼2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김 총재는 “기업들로부터 (후원 계약의) 10배 이상의 미디어 노출 효과를 얻었다는 말을 들었다. 만족도가 높기에 대부분 기업이 다음 시즌에도 스폰서로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스폰서 기업이 늘어날 전망이기에, 일정에 무리가 없다면 2차례가량 투어대회를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체육인, 체육 전문 행정가로 꼽힌다. 그는 프로단체 운영의 키워드로 ‘방향’을 강조한다. 프로단체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있으니 총재는 해결사가 아닌 안내자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김 총재는 “PBA의 모든 성과는 사무국 직원들의 몫이다. 직원 모두가 자신이 맡은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다. 체육계에 오랫동안 머물렀지만, 그런 세밀함은 그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 나는 리더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안내할 뿐이다. 장상진 부총재는 브라보앤뉴 대표로 스포츠마케팅의 전문가이고 장재홍 사무국장은 KBL에서 홍보, 운영 경험을 쌓았기에 전적으로 신뢰한다.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기에 나를 포함해 직원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PBA투어를 발판 삼아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개인전으로 진행되는 PBA투어에 단체전 성격의 팀 리그를 도입하는 게 그의 다음 목표다. 김 총재는 “팀 리그는 당구의 묘미를 배로 끌어올릴 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이미 신한금융투자와 웰컴저축은행이 팀 창단과 팀 리그 참여 의사를 밝혔다. 또 3개 기업이 창단 준비에 착수했고 1개 기업은 교섭 중이다. 기업들과 창단 논의는 잘 진행되고 있고, 이에 따라 6개 팀이 참가하는 팀 리그가 오는 8월부터 당구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당구 종목의 특성상 경기장 분위기가 정적이다. 하지만 팀 리그가 도입되면 선수와 팬이 함께하는 새로운 응원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PBA가 탄생하면서 과거 야구에서 그랬듯이 프로-아마추어의 갈등이 있었다. 대한당구연맹이 소속 선수들의 PBA투어 참가를 막으면서 마찰이 빚어졌지만, 지난달 25일 PBA와 대한당구연맹이 한국당구 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으면서 갈등은 사라졌다. 대한당구연맹 소속 선수들의 PBA투어 출전이 가능해지고, 이로 인해 한국당구의 기량은 더욱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총재는 “스포츠에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갈등은 항상 존재한다. KBL 총재 시절에도 프로농구와 아마추어의 대립이 첨예했다. 당시 프로와 아마추어가 상생할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한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도 대한당구연맹과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예상보다 빨리 대한당구연맹과 상생에 합의한 건 무척 고무적인 성과다”라고 말했다.

PBA와 대한당구연맹은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양보와 협의를 거듭했고, 상생위원회를 구성했다. 당구가 엘리트, 생활체육을 모두 아우르는 인기종목으로 거듭나도록 지난 6일부터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PBA와 대한당구연맹이 조화를 이루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면 한국당구는 양과 질에서 한 단계 레벨업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중요한 건 인재, 즉 선수다.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당구에 전념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면 기량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김 총재는 “선수들이 자긍심을 갖고, 당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 선수들이 ‘당구장을 차리자’가 아니라 ‘월드 스타가 되자’라는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 당구가 유희(遊희)를 넘어 스포츠로서 사랑받는다면, 당구를 하는 건 물론 보는 것도 즐거워진다면 저변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그렇게 되려면 스타가 나와야 한다. 스타가 탄생하면 종목의 인지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실력과 인성, 그리고 끼까지 겸비한 미래의 당구 스타 조련에 특히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PBA투어의 세계화를 꾀하고 있다. 무대가 커지면, 무대에 오르는 배우는 많아진다. 국제적으로 지명도를 인정받는 대형 스타 탄생에도 무척 유리하다.

당구는 크게 스누커(공으로 다른 공을 맞혀 구멍에 넣는 방식)와 캐롬(공으로 다른 공을 맞히는 방식)으로 분류된다. 전 세계적으론 스누커가 대세다. PBA투어가 진행하는 캐롬, 3쿠션은 세계 당구 시장의 20% 수준이다. 캐롬은 그러나 세트제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어 방송중계에 적합하다는 게 장점이다. 그리고 한국을 비롯해 벨기에, 네덜란드, 터키, 중국, 일본, 베트남 등지에서 캐롬의 인기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스누커에 밀리지만, 캐롬은 세계화에 유리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 임기 3년 중 1년을 보낸 김 총재는 남은 2년간 PBA투어의 세계화 초석 마련에 정성을 쏟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총재는 “초대 수장으로 프로당구의 정착을 1차 목표로 삼고 달려왔다. 여러 가지 난제가 있었지만, 당구인들과 소통하면서 잘 풀 수 있었다. 이젠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캐롬의 메카로 인정받는 걸 보고 싶다. 세계화라는 나무의 가지가 무성하게 자라도록 뿌리를 단단하게 내리겠다. 캐롬, PBA투어 홍보대사라고 생각하고 계속 뛰어다니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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